- 서울 생활문화센터 신도림 다목적 홀에서 전시회 열려
10일 오전 신도림 지하철역에 내렸다. 테크노마트에 들어가는데 입구의 전시홀에서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발걸음을 멈추고서 들여다봤다. 여느 전시와는 달리 파킨슨(Parkinson)병 환자들을 돕기 위한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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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 준비에 바쁜 회원들의 모습) | ||
필자는 오픈 준비에 바쁜 사람들과 합류해서 전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 때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왔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자나가다가 그냥 들렀습니다.”
책임자는 반가워하면서 명함을 내밀었다. (사)대한파킨슨병협회의 제도개선위원회 한양태 씨였다. 그는 아직 오픈 전인데도 이곳 저곳을 안내했다.
“36명의 작가 분들이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모두 파킨슨병을 앓고 계신 분들입니다. 그림, 사진, 시(詩)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깜짝 놀랐다. 환자이면서도 이토록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한 일이기 때문이다.
파킨슨병에 대한 필자의 상식이다.
‘느린 동작, 정지 시 떨림, 근육 경직, 다리를 끌며 걷기나 굽은 자세와 같은 자세불안정 증상들을 특징으로 하는 진행형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꽃을 그리며 더 이상 고개 숙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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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바라기') | ||
필자는 여러 작품을 돌아보던 중 ‘페이스트로 다시 태어난 해바라기’ 앞에 섰다. 작품도 특이했지만 작가의 말에 울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파킨슨 병 6년차의 화가(초콜릿)가 그린 해바라기였다. 작가의 작품 설명이다.
“2019년 파킨슨 확진 후 공황장애를 겪던 중 우연히 고개 숙인 꽃을 보았습니다. 제 모습을 보는 듯했습니다. 그 꽃을 살려주고 싶다는 맘이 생겨 꽃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행복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고개를 숙이지 않을 것입니다.”
꽃을 그리면서 ‘더 이상 고개를 숙이지 않겠다’는 의지가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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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순수') | ||
‘순수’라는 이름의 환자도 그림과 글이 ‘순수’했다. 작가의 말이다.
“6년차 환자입니다. 저희 담임 목사님이 파킨슨병으로 힘들어하는 저에게 ‘순수’라는 이름을 지어 주셨습니다. 그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지금 목사님이 많이 아프십니다. 다시 건강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오후 두 시에 테이프 커팅 후 간단한 오피닝 행사가 있었다.
(사)대한파킨슨협회 양성동 회장의 인사말이다.
“이번 전시회는 예술적 완성도보다는 우리 파킨슨 환자들의 삶을 날 것 그대로 전시를 통해 파킨슨병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파킨슨 환자들에 대한 공감과 배려 문화가 싹트는 장(場)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참석자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필자도 자연스럽게 박수의 대열에 끼었다.
(사)대한파킨슨협회는 2008년도 환자 및 가족들의 파킨슨병에 대한 이해와 치료방법 등을 서로 공유하고, 희망의 끈을 이어가기 위해 228명으로 출범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행사장을 나서려는 순간 ‘이승’ 씨가 쓴 ‘소확행(小確幸: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시를 읽었다.
<오늘도 무사히 부활하여 새날을 맞는다/ 밤새 들어온 소식은 핸드폰을 통해서 보고 듣고/ 단톡방에 들어온 아침 인사 서로 주고받는다/../어느 날 나에게 손님처럼 찾아온 파킨슨!/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보낸 그 끔찍한 세월./그러나 그 속에서 생의 아름다움, 소중함, 겸손함을 배운다…>
필자는 더 이상 읽지를 못했다. 너무나 가슴이 저려서다.
환자들 모두가 ‘꽃으로 다시 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간직하고서 전시장을 나섰다.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는 말이 있다. 환자들의 깨진 틈에 빛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