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생존전략, 필요해
한 해를 마감할 때마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2024년은 어느 해보다도 ‘다사다난’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엄청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아무튼, 한 해를 마감하며 ‘뒤를 돌아본다’는 의미에서 ‘후퇴(後退)’라는 테마를 다뤄본다.
“후퇴는 ‘뒤로 물러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전쟁에서 부대가 공격을 멈추고 뒤로 물러나는 행위’를 일컫는다.”
후퇴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게 간단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전략 전술에서 가장 어렵고 위험하며, 지휘관의 역할과 역량이 중요한 작전이다.
“저(抵)출산·인구 감소, 기후변화, 팬데믹…국력이 쇠약해지고 가진 국민자원이 줄어들고 있는 오늘에 있어서 '후퇴'는 매우 중요한 논건 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이를 논하기를 꺼리고 있습니다.”
“적절히 철군하지 못하고 피해를 확대시킨 과거의 ·일본 육군과 같은 전철을 또 밟게 되는 것인가?”
“아이가 태어나지 않고 노인뿐인 나라에서, 사람들이 나름대로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어떠한 제도를 설계해야 하는가?에 대해 중지를 모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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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후퇴학' 심포지엄) | ||
일본의 학자들의 ‘후퇴학’ 심포지엄에서 터져 나온 목소리들이다. 일본 정부가 현재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전진(前進)’만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한 걸음 뒤의 세상...‘후퇴’에서 찾는 생존법
일본에서 ‘거리의 사상가’로 불리는 ‘우치다 타쓰로(內田樹·74)’ 교수가 쓴 <한 걸음 뒤의 세상-후퇴에서 찾는 생존법>(박우현 옮김)이라는 책을 들여다보면 보다 명확하게 다가온다. ‘우치다 다쓰루’ 씨는 철학자이자 윤리학자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의 국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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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치다 씨의 모습) | ||
우치다(內田)씨가 외치는 우려의 목소리다. 물론, 어느 나라나 국력저하가 있을 수 있다. 몽골제곡도, 대영제국도 흥망성쇠가 있었다. 문제는 국력저하에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까?를 논의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책 속으로 들어가 본다.
<병에 걸리는 건 흔한 일입니다. 그런데, 병에 대한 원인이나 증상, 치료법을 찾지 않습니다. 병세만 심해질 뿐이죠. 그것이 지금 일본의 모습입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에 대한 논의를 하는 부처가 없다’는 것을 문제로 들었다.
<오늘날 일본 정부 안에는 국력저하의 현황을 주시하면서 원인을 찾거나 효과가 있는 대책 마련에 힘을 기울이는 부처가 없습니다,>
개별적으로는 저(抵)출산 문제를 어떻게 대응한다거나 어떻게 경제를 성장하게 할 것인지. 어떻게 해야 군사력을 높일 수 있을지? 등은 적극적 정책 논의를 하고 있지만, 전반적 추세로는 국력쇠퇴 현황과 미래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부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도층으로 불리는 그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사고와 행동 패턴으로 미뤄보면 지원배분은 신자유주의적 선택과 집중이 더욱 철저하게 실현되어 ‘강자가 모든 자원을 독점하고, 약자는 버린다’는 결과에 이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는 일본 국력이 쇠퇴하는 가장 큰 원인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들었다. ‘미봉책으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변수가 아니라 디볼트(default) 값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또한, 앞으로 똑같은 일이 많은 선진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집중과 분산, 두 개의 시나리오
인구 감소에 대처할 수 있는 정책 시나리오는 ‘집중’ 혹은 ‘분산’ 두 가지다. 인구 과밀 지역과 과소 지역을 만들거나 전국 방방곡곡에 조금씩 광범위하게 흩어져 살아가게 하는 두 가지 시나리오다. 그러나, 이 문제를 놓고 어느 방식이 적절한지 국민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이다. 수도권 자원 집중이 진행돼도 속수무책인 것이다.
일본 열도는 오로지 자연을 공략하고 개발하면서 앞으로만 나아갔다. 후퇴방법을 모를 수밖에 없었던 것아다.
서서히 후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서히 후퇴하려면 야생 영역과 인간 영역 사이에 경계선을 지키는 파수꾼이 필요하다. 많아 없어도 된다. 경계선에서 ‘여기는 인간이 살아가는 영역’이라는 표식을 내걸고 생업을 영위해 나가는 정도로 충분하다.>
<따라서 현재 벌어지는 청년들의 지역 이주는 그들이 문명사적 임무인 파수꾼의 역할을 본능적으로 감지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인클로저 주의자들은 이런 흐름의 근간을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우치다(內田) 교수는 ‘후퇴’는 앞으로 나아가지 말고 뒤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잘 나아가기 위해서 문제가 반복되는 현실을 제대로 보고,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 분석과 다양한 해법 가능성을 살펴보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문제만이 아닌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는 지금 어떤 상황일까? 진지하게 중지(衆志)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