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은 언제나 불협화음의 연속...지도자는 편 가르기를 하지 말아야
“박근혜 대통령이 두 차례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지난 10월 25일과 11월 5일이다. 하지만 언론은 ‘반쪽 사과…민심 모르는 박심(朴心)’이라고 일갈(一喝)하고, 야당은 물론 일부 국민도 이에 가세해서 촛불을 들고 광화문으로 뛰쳐나가고 있다.”
언론학자 티머시 쿰스(T. Coombs)는 “위기에서 안전한 조직은 없다. 아무리 굳건하고 튼튼한 조직이라도 위기를 맞는다. 비행기 추락·기차 탈선·불법 자금 유용·화재·산업재해·유해물질 발견 등 위기 관련 뉴스가 터진다. 그래서 모든 조직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 어떠한 조직도 위기에서 안전할 수 없다. 위기란 무엇인가. ‘위기는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한 사건이며, 잘못 대처할 경우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다주는 중대한 위협’으로 정의할 수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의한 대한민국의 상황은 분명히 중대한 위협이다.
그래서 국민의 마음은 매우 급박하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일본의 언론인 이토 슌이치(伊藤俊一) 씨는 “한국이 대통령 문제로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네요. 지진(地震) 이상의 격진(激震)이군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필자에게 보내왔다. 격진은 진도 7이 넘는 초대형 지진을 일컫는다.
2016년 ‘월간조선 12월호’에 게재된 필자의 칼럼 중 일부다. 8년 전의 상황이 지금과 너무나 흡사하다. 찬성 204명·반대 85명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세계만방에 알리는 참담한 일이 다시금 벌어졌으니 말이다.
“탄핵 만세!” “탄핵 무효!”
여의도와 광화문으로 갈라진 민심의 분열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작금의 상황을 보면서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Niccolo Machiavelli, 1469-1527)를 반추(反芻)해 본다.
군주는 시민의 마음을 헤아려야
마키아벨리는 1513년 정치 논문인 <군주론>에서 혁신가들을 이렇게 열거한다.
“세계 최고의 혁신가 중에는 이스라엘을 건국한 모세(Moses), 페르시아를 건국한 키루스(Cyrus) 대왕, 로마를 건국한 로물루스(Romulus), 아테네를 건국한 테세우스(Theseus)가 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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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키아벨리) | ||
그러면서 ‘군주가 시민의 충성도를 시험하는 일은 딱 한 번만 시도할 수 있기에 지극히 위험하다’고 했다. 잘 나갈 때는 모두가 군주에게 몰려들어 충성을 맹세하고 ‘군주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나서지만, 역경에 처하면 모두가 줄행랑을 치기 때문이란다. <군주론>의 한 대목을 짚어본다.
<불확실한 시기에는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늘 부족할 것이다. 진정한 어려움이 닥쳐오면 그런 사람들은 모두 사라지고 만다...그러므로 현명한 군주는 어떤 상황에서도 시민들이 국가와 군주를 필요로 하게 할 방법을 고안해 내야만 한다. 그러면 그들은 언제나 충성할 것이다.>
군주의 고뇌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앵커스 플레처(Angus Fletcher) 美오하이오대학 교수의 저서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박미경 옮김)를 통해서 마키아벨리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본다.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피렌체의 한 목조 주택에서 태어났다. 아르노(Arno) 강을 가로지르는 폰테 베키오(Ponte Vecchio) 다리의 우아한 석조 아치에서 남서쪽으로 두 블록 떨어진 곳이다. 그는 이 아치교와 피렌체의 나머지 지역을 발전시키는 데 평생 헌신했다. 서기관과 외교관, 민병대 지휘관으로 두루 복무하면서 승승장구하다가 한 순간에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마흔네 살 때 숙소에서 끌려나와 밧줄에 매달리는 고문을 받았고, 결국 이탈리아에서 가장 강력한 메디치(Medici) 가문에 의해 추방령을 받았다.>
그가 무슨 이유에서 고통을 받았을까?
<혁명을 일으키려고 ‘모의했다’는 죄명이었다. 마키아벨리가 무죄를 강력히 주장하긴 했지만, 망명지에서 했던 활동을 보면 고발자들이 진실을 감지했던 것 같다. 해바라기 밭에는 마키와벨리와 함께 모의할 사람이 한 명도 없었으나, 그는 깃펜을 잉크 단지에 적시고 ‘이노바토리(Innovatori)’라는 단어로 혁명을 촉발시켰다.>
‘이노바토리(Innovatori)’는 이탈리아에서 수세기 동안 존재했던 ‘혁신가들’이라는 말이다. 이 말은 그보다 전에도 라틴어로 존재했다. 하지만, 마키아벨리의 펜에 의해서 작성된 글씨에 의해서 전례가 없는 새로운 단어로 변했던 것이다. 어떻게 변했을까.
<‘이노바토리’가 예전에 비난을 뜻하는 말로 쓰였기에 혁신가는 곧 강탈자, 신성 독자, 하나님과 맞서는 영혼을 뜻했다. 사탄은 천국의 위계에 도전했을 때 혁신을 저질렀다. 이런 새로운 행동은 전능하신 하나님의 완벽한 작품을 타락시켰다. 그들의 새로운 관심은 그야말로 지옥을 획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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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스 플레처 교수) | ||
저자 앵커스 플레처는 “마키아벨리의 혁신적 태도가 요즘 시각에선 반항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혁신가들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찬양은 너무나 파격적인 것이었다. 그래서 ‘인류의 적’으로, 무신론자로, 악마 숭배자로, 심지어 적(敵)그리스도로 여겨졌다. 그의 저서는 1559년 교황 바오로 4세에 의해서 이단으로 찍혔고, 1564년 가톨릭교회의 금서 목록인 ‘트리엔트색인(Tridentine Index)’에 정식으로 등재되었다”라고 평가한다. 주목 받는 사람에 대한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은 맥락으로 쓰인 듯싶다.
마키아벨리의 정신적 지주는 단테
마키아벨리의 혁신적 사고는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저자는 ‘단테(Dante Alighieri, 1265-1321)의 詩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마키아벨리가 1513년 그의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나는 농장에서 지내며 올가미로 참새를 사냥한다네. 아침마다 숲에 가서 한두 시간씩 어슬렁거리고 냇가에도 잠시 들른다네. 그러다 다시 새 올가미를 걸기 위해 숲으로 향하지. 내 주머니에는 항상 단테의 <희곡>이 들어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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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테의 동상) | ||
저자 ‘앵커스 플레처’는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신곡, 지옥편’이 공개하지도 않을 비밀을 암시하는 이유는 단테가 비밀 자체보다 비밀을 찾는 행위가 더 중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단테는 훗날 베로나의 전제 군주인 칸그란데 델라 스칼라(Cangrande della Scala)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쓴다.>
“내 詩는 우리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을 통해서 정의가 우리를 어떻게 처벌하는지, 혹은 보상하는지 보여주는 알레고리(Allegory: 은유적 표현)입니다.”
‘혁신 없는 성공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기존의 관습이나 방법과 맞서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지금 국민의 마음은 내편, 네 편을 떠나 불안하고 착잡하다. 정치지도자들이 편 가르기를 하지 말고 국민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점진적인 혁신을 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희망찬 혁신이다. 그래야 더욱 밝은 태양이 떠오를 것이다.
(*사진: 야후재팬)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