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해와 통일보다 더 큰 것은 없다.
“혜림이가 저렇게 괴로운 병을 앓고, 더 다른 인생일 수도 있었던 자신의 운명을 망쳐버린 것은 아버지, 어머니가 나를 위한 희생이었다고 나는 믿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 씩 만나던 Y(66)교수는 성혜랑의 책 <등나무 집>을 소개하면서 읽게된 경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책을 읽어야 북한을 알 수 있습니다.”라고-
드디어 Y교수가 그 책을 들고 왔다. 필자는 책을 열자마자 정신없이 읽었다.
"아?"
성혜랑의 책 <등나무 집>에 담긴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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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표지) | ||
<성혜랑은 조선조 명문 가문의 3대 독자인 아버지와 동경 유학생 어머니가 공산당이 되면서, 여동생은 북한 최고 권력자의 전처로 아들을 낳았고, 자신과 딸은 서방으로 탈출해서 타국을 떠 돌아 다녔다. 그녀의 아들은 남한에서 피살되는 분단이 빚어낸 3대에 걸친 슬픈 가족사다.>
계속되는 Y교수의 말이다.
“이념에 매몰된 한 가족의 비극적 삶을 생각하면서, 우리 민족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느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가슴이 멍했습니다.”
다시 책 속으로 들어가 본다.
<나는 인터넷을 뒤져 내 아들의 현주소도 찾았다.>
“경기도 광주군 오포면 광주공원 묘지 이한영”
<일남아, 좀 더 기다려. 엄마가 너를 찾아가서 너의 집에 채송화를 잔뜩 뿌려주마. 너는 작고 미미한 것을 좋아했지. 다리를 못쓰는 새끼 고양이라든지, 귀뚜라미 같은...엄마는 다 안다. 다 기억한다. 네가 떠나기 전 내 옆에 앉아 음치로 부르던 '마음의 고향'.>
“자! 엄마! 이 노래대로 피아노 쳐봐요.”
내 손을 건반으로 끌었었지. 제네바 4층집에서 말이다.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옛터 전 그대로 향기 드높다.
지금은 사라진 동무들 모여,
옥(玉)같은 시냇물 개천을 넘어
반딧불 찾아서 헤매었건만,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아! 나의 아들, 내 나라는 얼마나 먼 곳에 있는가...”
***
총선이 끝났다. 승자는 오만하지 말고, 패자도 반성해야 한다.
어찌하든, 지도자들은 이념을 넘어 민초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기 바란다.
(출처: ‘등나무 집’ 2000년 12월 26일 초판 발행/ 세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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