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주의 ‘궁(宮)’경매장 이야기
<2억원 상당의 ‘에르메스’ 가방, 4억원 상당의 ‘까르띠에’ 목걸이 등 명품 브랜드 제품이 미술품과 함께 경매에 부쳐진다.>
지난 9일 한국경제TV가 보도한 케이옥션에 대한 기사다. 이 회사는 주로 미술품을 경매하고 있으나 ‘오는 21일 명품 7점이 출품돼 주목을 끈다’고 보도한 것이다.
이 또한 시대의 흐름일까.
“파주의 ‘궁’경매장에 갈까요?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입니다.”
필자는 10일 갤러리월드 조현섭 대표의 제안으로 파주의 '궁'경매장을 찾았다. 주말이라서 차량의 흐름은 더뎠으나 오히려 조급하지 않아서 좋았다. 고속도로를 벗어나자 키가 큰 가로수들은 물론 산하의 푸름이 더위를 잊게 했다.
‘궁’경매장 입구에는 ‘일반 및 중고물품과 빈티지, 엔틱 중고물품을 전문으로 경매한다’는 안내문이 있었다 무더위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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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 경매장의 모습) | ||
“궁경매장은 2019년 오픈마켓으로 시작해서 각종 중고물품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일반경매는 매주 토요일 이 천막에서 운영하고, 빈티지와 엔틱 물품은 매주 화·목요일 엔틱경매장에서 팝니다.”
조현섭 대표가 ‘궁’경매장에 대해서 간단명료하게 설명했다.
정각 12시가 되자 사회자의 안내와 함께 전문 경매사가 나와서 경매를 시작했다.
“자! 이 자전거 어떠세요? 1만원입니다.”
1만원부터 시작된 경매 물품은 만원 단위로 올라갔다. 물품은 자전거, 골프채, 조각품, 선풍기…숟가락에 이르기 까지 다양했다.
낙찰자가 손을 번쩍 들고서 ‘1만원!’, ‘3만원!’, ‘5만원!’하고 외치면 즉시 물품이 전달되고, 대금은 카드가 아닌 현금이었다.
파는 사람보다 사는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듯했다. 중고품이지만 본인이 좋아하는 물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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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섭 화백의 판화에 대해서 설명하는 갤러리월드 조현섭 대표) | ||
생활용품에 대한 경매가 진행되는 중간에 조현섭 대표가 이중섭(1916-1956) 화백의 판화 2점과 천경자(1924-2015) 화백의 판화 2점을 들고서 깜짝 등장했다. 일반 중고물품에 비해 가격이 제법 높았으나, 고객들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서 필자는 내심 놀랐다.
경매물품을 산 사람들의 말이다.
“중고로 내놓은 사람들은 싫증이 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기분이 좋습니다. 평소 가지고 싶었던 물건을 저렴하게 샀으니까요.”
“이중섭 화가나 천경자 화가의 그림을 서민들의 입장에서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나요? 판화도 진품이나 다름 없어요. 행복만점입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돈이 아니라 가치를 인정하고 있었다.
‘궁’경매장에는 상설 매장도 인기 끌어
조현섭대표는 최근 ‘궁’경매장 내에 상설 갤러리를 열었다. 50여 평의 매장에 들어서자 유명 화가들의 그림과 조각품, 도자기들이 우아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150여 점의 그림과 150여 점의 조각품, 도자기들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현장경매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곳에서 작품 판매와 함께 유튜브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조현섭 대표가 이곳에서 갤러리를 오픈하는 이유다.
그와 대화하는 중에 여러 명의 고객들이 갤러리를 방문했다. 고객들에게 그림과 도자기에 대해서 설명하는 조 대표의 얼굴에 주르르 땀이 흘렀다. 고객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예술품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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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짝 웃으면서 말하는 조현섭 대표) | ||
오후 3시쯤, 근처 식당에서 관계자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조 대표는 식당에서 미래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문화와 예술이 융합하는 아트타운을 만드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여기저기 흩어진 문화·예술품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요.”
파주를 벗어나 도시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내내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민 태양이 오늘따라 더욱 밝아 보였다.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