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제국의 향기’...‘샤넬 NO. 5’와 ‘레드 모스크바’

기사승인 2023.12.03  02:39:58

공유
default_news_ad1

- 한 방울의 향수에 구현된 20세기 역사

“NO. 5!”

코코 샤넬(Coco Chanel,1883-1971)은 향수의 샘플들을 하나씩 천천히 코밑에 갖다 대더니, 마침내 주저 없이 ‘N0. 5’라고 말했다.

“이 이상의 향수는 없어요. 여성의 향기를 지닌 여성의 향수에요...나는 일 년의 다섯 번째 달인 5월 5일에 패션쇼를 할 거에요. 이 ‘NO. 5‘라는 샘플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제국의 향기-표지)

독일의 카를 슐뢰겔(Karl Schlögel·75)은 신간 <제국의 향기/원제:Der Duft der Imperien>(편영수 옮김)에서 향수 샤넬 ‘N0. 5’의 극적인 탄생을 이렇게 썼다.

실제로 코코 샤넬(Coco Chanel)은 여러 개의 샘플 중에서 다섯 번째 샘플을 골랐고, 이 향수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샤넬 ‘NO.5’가 된 것이다.

저자 카를 슐뢰겔은 프랑스의 ‘코코 샤넬’을 글의 한 축으로, 그리고 러시아의 ‘젬추지나 몰로토바(향수 산업의 총책임자)’를 또 다른 축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샤넬’의 삶을 통해서 그녀의 향수가 어떤 방식으로 20세기의 아이콘이 되었는지를 살피면서, ‘젬추지나’의 인생을 따라 소비에트 향수산업의 흥망성쇠를 풀어낸 것이다.

샤넬 ‘NO.5’와 ‘레드 모스크바(Red Moskva)’는 뿌리가 같아

카를 슐뢰겔은 “서방을 대표하는 향수인 샤넬 ‘NO.5’와 사회주의를 대표하는 향수 ‘레드 모스크바(Red Moskva)’의 기원이 하나의 향수에서 출발했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하고 있다.

슐뢰겔이 모스크바에서 유학할 때 백화점이나 외교관 공간, 그리고 국경을 넘어설 때마다 코끝을 자극하는 향기는 그의 후각에 하나의 기억을 자리 잡게 만들었다. 그는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진 후, 파리에 도착해서야 그 향기의 진원지를 알게 됐다. 그것은 국적을 불문하고 잘 차려 입은 여인들의 주변을 감도는 향기라는 것을.

   
(뿌리가 같은 샤넬 ‘NO.5’와  ‘레드 모스크바(Red Moskva/ 사진 출처: 야후재팬)

이 두 향수는 황후(카테리나 II)가 가장 좋아하는 향기라는 공통된 기원을 가지고 있다. 이 향수는 이름은 달랐지만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기념일을 위해 1913년 모스크바에서 프랑스인 '알퐁스 안토노비치 랄레'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러다가 1917년 10월 혁명이 일어났고 모든 것이 바뀌어졌다.

이 '랄레'의 조향사 중 한 사람인 프랑스 출신의 ‘오귀스트 미셸(Auguste Michel)’은 혁명의 혼란 속에서도 러시아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결국 향수 공장의 책임자가 됐으며, 새로운 레시피를 실험해서 제국의 향기를 창조했다. 한편 그의 동료였던 에르네스트 보(Earnest Beaux)는 혁명으로 들끓던 모스크바를 떠나 파리로 돌아가서 샤넬 향수를 개발했다.

이 책은 한 방울의 향수를 통해 20세기의 정치사회를 돌아보게 만든다. 서로 다른 사회의 체제에도 불구하고 후각이라는 감각의 세계에 열려있는 놀랍도록 다채로운 파노라마를 우리에게 보여준 것이다.

카를 슐뢰겔은 누구인가?

   
(저자 카를 슐뢰겔)

저자 카를 슐뢰겔은 1948년 독일에서 태어났다. 그는 러시아 근대와 스탈린주의의 역사, 러시아 디아스포라와 반체제 운동, 동유럽 도시들의 문화사, 역사적 내레이션의 이론적 문제들에 연구의 중점을 둔 독일과 동유럽의 역사가이며 저널리스트다.

1969년 초 베를린 자유 대학교에서 철학, 사회학, 동유럽 역사와 슬라브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슐뢰겔의 주제는 연구의 논리보다는 삶의 역사에서 겪은 경험에서 유래한다. 난민 운동과 디아스포라, 테러와 이데올로기, 지식인층과 시민사회 등과 같은 주제에 대한 연구는 전후 시대의 난민들과 이민자들, 그리고 동유럽 반체제 인사들과의 직접적인 만남, 또 자신의 정치적 경험을 통해서 수행된다. 이것이 슐뢰겔이 소위 이념과 이데올로기에 의해 조종되는 역사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정치 이전의 실질적이며 일상적인 문화 형태를 분석하는 것으로 방향을 돌린 이유다.

“역설적으로 들릴지는 모르지만 팬데믹 코로나19는 후각이 중요한 감각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주었다. 후각의 상실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알려줌과 동시에 마스크를 쓰거나 우리의 건강을 보호하는 다른 수단들을 강구하라고 경고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놀랍게도 향수의 화학 성분을 생산하던 프랑스의 대규모 향수 공장들은 팬데믹이 유행하던 처음 몇 달 동안 소독제를 공급했다.”라는 ‘작가의 말’이 향수처럼 진하게 와 닿는다.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저작권자 © 한국부동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