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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커피집’ 이야기

기사승인 2022.05.15  18:3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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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는 인간과 달리 거짓말을 안 해

장미의 계절 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그 중 14일은 ‘장미의 날(Rose Day)’. 이날은 연인끼리 사랑의 징표로 장미꽃을 주고받는단다.

그래서일까.

집을 나서자 ‘장미의 날’을 자축하는 듯 곳곳에서 빨간 장미들이 미소짓고 있었다. 하지만, 날씨가 쌀쌀했고, 봄바람 치고는 거칠었다. 우리의 정치권처럼. 순간, 영국 시인이자 풍자가인 알렉산더 포프(1688-1744)의 커피에 대한 시(詩) 한 구절이 떠올랐다.

“커피는 정치가에게 지혜를 선사해. 저 반쯤 감긴 눈으로도 세상만사를 통찰하게 하지.”

시인은 당파가 다른 정치인들이 서로 싸우다가도 ‘커피 한 잔을 마시고서 정신을 차리면 사태를 똑바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커피 용어에 ‘브렌딩(Blending)’이 있다. 산지(産地)와 특성이 다른 커피를 혼합해서 새로운 향미(香味)를 지니는 커피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다. 단일 품종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맛과 향을 창조하는 것이다.

우리의 정치인들이 산지(출신지)가 다른 커피를 함께 마시면서 지금보다 현명해지길 바라며 ‘브렌딩(협치)’을 통해 국민들에게 맛있는 커피를 마시도록 할 수는 없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서점에서 책 <커피집, 珈琲屋>(윤선해 옮김)을 골랐다. 제목이 단순했고, 40여년 ‘커피집’을 운영한 두 장인(匠人)의 대화록이 멋져 보여서다.

이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책 '커피집'의 한글판 표지)

<한 잔의 커피에 자기 인생을 바친 두 명의 장인이 있다. 이와테(岩手)현 출신의 ‘다이보 가쓰지(大坊勝次)’ 씨와 후쿠오카(福岡)현 출신인 ‘모리미츠 무네오(森光宗南)’ 씨다. 두 사람 공히 40여 년 간 자가배전(Roasting)과 융(絨)드립이라는 커피를 탐구하고, 깊이를 더해온 ‘커피집’의 주인이다.>

<커피집>의 편집자 고사카 아키코(小坂章子·48)가 책의 첫머리에 쓴 글이다. 편집자는 도쿄와 후쿠오카를 오가면서 그들과의 대화 내용을 글로 옮겼던 것이다. 편집자가 전한 ‘다이보(大坊)’ 씨의 말이다.

   
(수동으로 로스팅을 하고 있는 다이보 씨)

“돌아가신 선생님의 말씀대로 저는 그것이 ‘커피의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우리 ‘커피집’들의 인생은 무언가 커다란 것에 이끌려온 삶이지요.”

‘커피의 길?’

결코 쉽지 않은 길일 것이다.

커피는 솔직해...인간들이 반성해야

장인들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커피 한 잔에는 품격과 인간미가 응축된 그들만의 개성이 담겨 있으며, 세월이 쌓이면서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향기가 더해져 있다. 책에서 계속되는 ‘다이보’ 씨의 말이다.

“사람들은 ‘커피집’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잠시 쉬어갑니다. 멈추어 쉬면서, 지금까지의 것들을 생각하지요. 그리고, 앞으로의 일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커피집’에서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한 잔의 커피뿐입니다. 한 잔의 커피가 다소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차분히 진정시킬 수 있다면, 커피를 하는 사람으로서 이보다 더한 기쁨은 없을 것입니다.”

‘모리미츠(森光)’ 씨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모리미츠 씨의 생전의 모습)

“자신이면서 자신이 아닌 ‘것’에 이끌려 커피를 해왔습니다. 한 방울 한 방울, 풍미의 여운이 사람들에게 편안함과 활력을 주는 그런 신비함이 어디서 오는지...저는 에티오피아와 예멘을 찾아가서 흙을 먹었습니다...제가 커피숍을 하면서 지내온 지 어언 40여년이 지났습니다. 저는 인간이 싫었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하니까요.

‘모리미츠’ 씨는 어떠한 순간에도 커피로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죽는 그 순간까지.

일본사람들이 고집스럽게 주장하는 장인 정신이다.

<아무리 기계화가 진행되고 도구가 편리해지더라도, 손을 사용해 손으로 생각하고, 그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중시하는 게 일본인이다. 커피도 예외가 아니다.>

<한 방울, 그리고 한 방울, 커피콩이라는 대지에 한 방울 씩 끓인 물을 떨어뜨리는 융 드립. 융기된 면포(Cotton Frannel Filter)를 여과기의 틀에 넣고 끓인 물을 부어 엑기스를 모으는 추출법은 ‘끓여내는 문화’에서 ‘걸러내는 문화’로 변화를 이끌었다.>

일본에서 유명한 두 장인은 1947년생이다. 각기 태어난 곳은 달라도 같은 스승에서 커피를 배웠다. 하지만, 모리미츠 씨는 수 년 전 한국에 출장 왔다가 인천공항에서 쓰러져 69세의 나이로 세상과 등지고 말았다. 그가 후쿠오카에 차린 커피숍(美美)은 그의 부인이 운영하고 있다.

필자는 ‘커피는 솔직한데 인간들이 거짓말을 잘 한다’는 대목에서 특히 마음이 아팠다. 그는 천국에서도 솔직한 커피를 내리고 있을 것이다. 별들과 함께.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저작권자 © 한국부동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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