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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 필라델피아’...다큐 음악극으로 탄생하다

기사승인 2022.05.01  19: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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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으로부터의 독립을 넘어 나라의 미래 목표 세워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 아니라, 꽃구름 가득한 우리 땅 4월의 마지막 날, 압구정동에 있는 광림 아트센터/ BBCH홀을 찾았다. ‘1919 필라델피아’ 관람을 위해 서다.

   
('1919 필라델피아'의 공연 안내 포스터)

4월 14일부터 5월 1일까지 공연된 이 극(劇)은 지금으로부터 103년 전인 1919년 4월 14일부터 16일까지 미국독립의 산실인 필라델피아(Philadelphia)에서 열렸던 ‘제1차 한인자유대회(First Korean Congress)’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엮었다. 제작사는 아트플랫폼(대표 이혜경).

서재필(1864-1951)과 이승만(1875-1965)을 중심으로 한국인 150여 명이 참여해서 대한민국 최초의 자유민주주의 의회를 진행했던 역사적 사실이다. 극(劇) 속으로 들어가 본다.

<1막 1장, 2장> 4월 14일 첫째 날-오전·오후 회의

   
(한인자유대회 의장 서재필)

‘제1차 한인자유대회’ 임시 의장 서재필의 인사말이다.

“우리는 지금 기념비적인 사명 위에 서 있습니다. 이번 의회에서 우리가 다루려는 의제들은 2천만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중국·일본·동부 러시아 등 세계 인구 3분의 1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우리는 아시아에서 평화와 민주주의와 기독교가 뿌리내리도록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아름다워라 드넓은 하늘/ 노을빛 곡선의 파도/ 보랏빛 장엄한 산들/ 열매 가득한 들판/ 아메리카, 아메리카!>

참석자들은 미국 국가를 제창했다. 미국에서 열리는 공식적인 회의 식순에 의해서다. 서재필이 의장으로 선출되고, 이승만의 추천으로 임병직, 김현구, 장기한이 간사로 추천된다. 의장 서재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보내는 선언문’ · ‘미국국민에게 보내는 호소문’ · ‘한국인들의 목표와 열망에 대한 결의문’ · ‘일본 국민에게 보내는 서한문’ 작성을 위한 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위원회가 활동하는 동안 <피 묻은 옷>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가사 하나 하나가 폐부(肺腑)를 찔렀다.

<이 세상 어느 곳 이런 일 또 있는가/ 죄 없는 사람을 잡아다 철창에 넣었네/ 청년의 옥 같은 그 풍채 변하고/ 지금에 살점이 떨어져 피 뭉치 되었네.>

서재필은 미국인들이 ‘한국이 독립 후에 자주적인 정부를 운영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할 수 있다’고 답변한다. 그리고, 이승만에게 하와이 교민 사회의 자치 활동에 대해서 묻는다. 이승만은 하와이의 상황을 자세하게 답변한다.

민찬호(1877-1954)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보내는 선언문을 읽는다.

“우리는 일본의 악랄한 행위를 전 세계에 사실 대로 알릴 것이며, 다른 나라들이 한국 상황을 알고 지성적이고 합당한 의견을 갖도록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할 것을 맹세한다. 우리는 이 선언문을 번역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을 결의한다.”

<2막 1장, 2장> 4월 15일-오전·오후 회의

의장 서재필이 이날 아침 하와이에서 온 전보를 읽었다.

<호놀룰루에서는 1,200 명이 성조기와 태극기를 들고 행진했습니다. 모임마다 일장기를 뺀 만국기로 장식했습니다...독립선언서를 영어와 한국어로 낭독하고 행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이곳 한국인들은 최후까지 독립을 위해 투쟁할 것을 결의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공감과 지원을 약속합니다.>

계속되는 서재필의 말이다.

“매우 용기를 주는 소식입니다. 다음은 ‘한국인의 목표와 열망’에 대한 논의입니다.”

청년 유일한(1895-1971)이 말한다.

“우선 ‘한국인의 목표와 열망’ 작성은 너무나 큰 과업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언젠가 우리나라가 독립하면 전 세계에서 저명한 학자들이 모여 최고의 헌법을 제정할 것입니다. 그 때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여기에 담아 보겠습니다.”

이승만의 말이다.

“지난 밤 토론을 통해 ‘우리는 통치 받는 사람들로부터 나오는 정부를 믿는다’라는 원칙을 만장일치로 찬성했습니다. 사소한 수정 사항들이 있었지만, 중요 부분에는 모두 동의했습니다. ‘한국인의 목표와 열망’ 채택을 제안합니다.”

<한국인의 목표와 열망>

하나, 우리는 통치 받는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정부를 믿는다. 그러므로 정부는 통치 받는 사람들을 위해서 활동해야 한다.

둘, 우리는 대중 교육에 관하여 미국 모델을 따르는 정부를 제안한다.

셋, 우리는 지방 및 지역 입법 의원들을 선출하는 만유의 선거권을 부여하고 지방 입법의원은 국가 의회에 보낼 대의원을 선출할 것을 제안한다.

넷, 행정 부처는 대통령, 부통령 및 각료들로 구성되어 국회가 제정한 법률을 실행한다.

(중략)

여덟, 우리는 현대적이고 과학적인 위생 사업을 추진한다. 민중의 보건은 통치자들이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임무이다.

아홉, 우리는 표현과 출판의 자유를 믿는다. 공평한 기회, 합리적인 경제 정책, 세계 각국과의 자유 교역 등 전체 국민 생활의 발전을 위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전적으로 따른다.

열, 우리는 민중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국가의 법이나 이익과 상충되지 않는 범위에서 모든 행동이나 발언의 자유를 신봉한다.

103년 전에 작성된 ‘한국인의 목표와 열망’은 오늘에 적용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원칙과 가치관이 내재해 있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3막 1장, 2장> 4월 16일-오전·오후 회의

“일본인 유학생들이 날 죽이겠다고 한대요. 지난 번 펜실바니아 대학에서 일본이 한국을 탄압한다는 강연을 하는데, 일본 학생들이 일어나서 ‘우리 일본은 그런 적 없어!’라고 소리 지르더니 쿵쾅거리면서 나가 버리더군요.”

“그런데 왜요?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면서 왜 우리를 도와주세요?”

진행을 맡으면서 때때로 웃음을 선사하는 조지 베네딕트(1887-???)와 뮤리엘 제이슨(1898-1897)의 대화다.

베네딕트의 답이다. 거의 시적이다.

<여러분 보며 내 동족

 우리나라 생각해요.

 수 천 년 세계를 떠도는 디아스포라(Diaspora) 유대인

 이제 막 디아스포라 여정 시작하는 한국인.

 이 고난 통해 우리 생명의 손길 마주 잡기를

후손에게 역정과 승리 이야기 함께 전하기를

자유의 평화 이 땅에 같이 펼쳐낼 나라,

계시와 은혜의 선물, 길 위의 그 나라.>

***

   
(1919 필라델피아 한인자유의회에 참석한 서재필, 이승만, 조병옥 등의 사진)

“이제 3일 간의 한인자유의회를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아직은 우리 곡조가 없어서 스코틀랜드 민요 멜로디를 빌려서 부르지만, 언젠가 자유 대한민국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애국가를 마음껏 부를 날이 곧 올 것입니다. 모두 일어나서 제창합시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배우들이 애국가를 부르자 좌석을 꽉 메운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일어서서 함께 불렀다. 가슴 뭉클한 장면이었다. 국민들의 ‘나라 사랑’은 이토록 절절한데, 지도자들은 그들의 가슴 속에 흐르는 절절한 ‘나라 사랑’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서재필 의장의 말이다.

“그동안 의장단은 필라델피아 경찰국과 함께 독립기념관 까지 시가행진을 추진해왔습니다...신문 기자들은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알고 난 후 열성 대변인이 되었습니다. ‘필라델피아 레코드’ 지(紙) 사설을 읽어드리겠습니다.”

정한경(1890-1985)이 읽는다.

<한국 대표들이 필라델피아 독립기념관에서 조국의 독립을 선포한다...한국은 당연히 독립해야 하며 우리는 한국이 독립하기를 바란다. 이제 한국인들은 12년 전 한국 대표단이 백악관문을 헛되이 두드렸던 때와는 다른 반응들을 발견할 것이다.>

이어서 한국 선교의 후원자 클래런스 E. 매카트니, 1879-1957) 목사가 소개된다. 그의 말이다.

“한국이 독립을 성취하는 그 날, 여러분은 오늘 미국 자유의 신전인 독립기념관으로 향했던 순례 여정을 기억할 것입니다. 그리고 자녀와 손주들에게 이야기 해주겠지요...우리의 공감, 우리의 관심, 우리의 기도가 여러분과 함께합니다...‘모든 나라가 한 혈통으로 지구 위에 함께 사는 것, 누구도 밑에 있거나 위에 있지 않는 것. 모든 민족이 한 가족이 되어 그 깃발 아래 모이는 것.’ 그 날을 하나님이 속히 이루어 주시길 기원합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지금 여러분이 있는 이 방은 미국의 독립선언문이 선포된 곳입니다. 또한, 이곳에서 조지 워싱턴의 사회로 미합중국의 헌법이 제정되고 서명되었습니다...이승만 박사가 한국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겠습니다.>

<독립선언서. 오늘 우리 겨레는 독립한 나라의 주인임을 선언한다. 오천년 이어온 역사의 힘으로 뜻 모아 선언한다. 짓밟힌 민족정신 일으켜 당당히 앞서 나가자...오늘 우리 겨레는 독립한 나라의(대한 독립만세) 주인임을 선포한다(대한독립만세). 오천년 이어온 역사의 힘으로(대한독립), 인류의 행진, 존엄한 인류의 행진.>

‘1919필라델피아’는 두 개의 영상과 자막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태극기를 들고 행진하는 한국인들의 모습)

<1919년 4월 16일 오후 5시. 미주 한인의회 대의원들은 펜실베니아 주(州) 필라델피아 시(市) 독립기념관에서 제1차 의회를 마치고 휴정하였다. 무기한.>

<제1차 한인의회에서 결의한 주권재민, 자유민주주의, 여성 참정권이 포함된 보통선거, 합리적인 경제 체제와 무역, 민중의 보건과 교육, 신앙과 표현의 자유 등의 원칙은 약 30년 후인 1948년 대한민국 건국 헌법의 기초가 되었다.>

주제곡 ‘독립선언의 노래’가 긴 여운(餘韻)을 남겼다.

“새 하늘 새 땅 눈앞에 펼쳐지누나/ 새 시대 새 봄 온 누리에 부활의 소망/ 이 세상 어떤 것도 우리 생명 막지 못하리//독립은 시대의 뜻, 정당한 우리의 권리/ 자유는 하늘의 뜻, 존엄한 인류의 행진”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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