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연재소설 김유신-5

기사승인 2022.01.24  21:57:55

공유
default_news_ad1

6.

   
(김유신 장군 동상)

‘서현’이 임지에 닿으니 아랫사람들이 정중히 맞았다. 관사도 단아했다. 무엇보다 관헌들이나 군민들은 태수를 따라온 화려한 마차가 궁금했다. 그들은 ‘서현’과 ‘만명’이 정식 혼례를 올렸는지에 대해서는 알바가 아니었다.

“우아! 진짜 멋진 마차다.”

“저런 건 처음 본다.”

몰린 사람들 덕분에 환영식이 되어버렸다. 아랫사람들도 ‘만명’을 정중히 맞아 주었다. 다 근엄한 마차 덕분이었다.

“우선 군영에 들렀다 오리다.”

‘서현’이 관사에 들리지도 않고 군영에 갔다 온다 했다.

“그리 하소서.”

왕경에 있을 때와는 달랐다. 아랫사람들도 있고 해서 정중한 언행을 해야 할 참이었다. 마꾼에게 두둑한 노자를 챙겨 보내면서 감사의 글을 적어 보냈다. “잘 도착했다고 전해주오,” ‘만명’은 마차를 보내고서야 자신이 떠나온 것이 실감되었다.

혼례를 치르지 않았지만, 부부로서의 장애는 아무것도 없었다. ‘서현’이 바쁜 일정에도 밤은 거슬리지 않았다. ‘만명’은 태어나서 처음 편안한 황홀경에 빠졌다. 그러던 어느 날, 곤히 잠들어 있던 ‘서현’이 손사래를 치면서 잠꼬대를 했다. ‘만명’은 흔들어 깨우기라도 하려다 기다리니, 뒤척이다 잠에서 깨어났다.

“꿈을 꾸셨나 보오?”

“허 참으로 기이한 꿈을 꾸었소이다.”

“꿈 애기는 바로 하는 게 아니라오.”

“허 허. 그럼 내일 들려드리다. 그건 그렇고 오늘이 무슨 날이오?”

“바쁘셔서 날 가는 줄도 모르시나보오.”

“그러게 말이오.”

“경진일(庚辰日)이라오.”

“아! 그렀소이까.”

화성이 불을 뿜으며 춤추듯 하더니, 토성도 나래를 펴고 날뛰었다. 두 별이 서로 하늘을 점령해 언 듯 보면 용과 범이 서로 싸우는 것과도 같았다. 두 별은 더 강한 빛을 발하더니 자신을 향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너무 놀라 손사래를 치다. 깨어보니 꿈이었다. 하루가 지나 꿈 이야기를 해 주니 ‘참으로 좋은 꿈같다’며 기도를 시작해야겠다고 했다.

‘만명’이 기도를 드리기 시작한 삼칠일이 지난, 그러니 스무 하루가 지난 신축일(辛丑日) 밤에 동자가 금(金)갑옷을 입고 구름을 타고-乘雲入堂中-자궁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

그러고 나서 임신을 하여, 진평왕(眞平王) 건복(建福) 12년, 수(隋) 문제(文帝) 개황(開皇) 15년인 을묘(서기 595)에 유신을 낳았는데, 만노군에 온 지 스무 달 만이었다.

“아이 이름을 지어주지요.”

“생각해 놓은 이름이 있소이다.”

“그러면 그렇게 하시지요.”

“그래도 부인이 작명의 연유는 아셔야 하지 않겠소.”

“어떤 연유인지요.”

“전에 꿈을 꾸고 무슨 날인가 물은 적이 있지요.”

“경진(庚辰)일이라 했사옵니다.”

“일진이 아주 좋은 날 길몽을 꾸어 새기고 있던 참이어서 아이의 이름을 경진(庚辰)이라 지으려고 하니, 예법에 날 이름으로 짓는 게 아니라 하여, 경(庚)자와 유사한 유(庾)자로 하고 진(辰)은 발음과 의미가 유사한 신(信)으로 하려고 하오, 더구나 ‘庾信유신’이라는 옛 성현도 있다고 하니 그리하면 어처리오.”

- 今庚與庾字相似 辰與信聲相近 況古之賢人有名庾信 盍以命之 -

‘유신(庾信)’이라! 참으로 좋은 이름이옵니다.”

7.

만노군 태수 ‘서현’과 ‘만명’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났다는 소식이 왕경에 전해졌다. 누구보다도 진평왕이 제일 반가워했다. 그러나 사도태후의 눈치를 보아 내색하지는 아니하였다. 궁인을 불러 연회를 준비하라 일렀는데 아무도 그 연유를 알지 못했다. 마침 서현의 아비인 총관 무력(武力)이 큰 공을 세우고 왕경으로 돌아와 진평왕을 알현하려 궐에 들었다. 총관 무력(武力)이 들자 왕은 용상에서 내려와 기뻐 맞았다.

“어서 오오. 승전을 축하하오.”

“황공하옵나이다. 모든 것이 전하의 은덕이옵나이다.”

“아니오, 아니오, 귀공의 덕이오!”

“소식을 들었소이까?”

“무슨 말씀이오신지요?”

“그렇지! 거택에 들리지 아니하고 바로 궐로 왔으니 그 좋은 소식을 짐이 전하게 되는 구려. 하하하.”

늘 소심하게 지내던 왕이라 호탕한 웃음소리를 듣는 게 처음이었다.

“짐의 사매(私妹)인 ‘만명’이 공의 아들 ‘서현’과 도망을 갔지 않았소.”

“송구하옵나이다.”

“송구하긴, 뭐가 송구하오. 얼마나 멋진 일이오.”

“예?!”

“짐도 그런 사랑을 한번 해 보았으면 하오. 그러니 공과 짐은 사돈 간이오. 하하하.”

왕이 또 한 번 호쾌히 웃고 나더니 말을 이었다.

“그런데 말이오. 아들을 낳았다고 하오. 허허허.”

“예?”

“그 보오. 짐이 이 기쁜 소식을 전하게 되었다니까. 허허허.”

“… .”

“그런데 말이오. 짐이 보낸 첩자에 의하면, 아니 첩자가 아니라 몰래 보낸 궁인의 보고에 의하면 아이의 품이 준수할 뿐 아니라 등에 칠성판을 졌다고 하오. 이거, 이거 예사로운 경사가 아니오. 허허허.”

“황공하옵나이다.”

“짐이 연회를 마련하겠소. 그저 승전의 연회라 하오. 실은 공과 짐만 알고 있으오. 아니 아양공주에게는 말씀드리도록 하오. 그러고 ‘서현’과 ‘만명’을 곧 왕경으로 불러들일 터니 공은 염려 마오.”

“황공, 황공하옵나이다.”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왕이 이렇게 기뻐하는 데는 연유가 있었다. 우선 가야계 김씨의 세력의 주축인 집안과 사돈이 되면, 사도태후를 둘러싼 ‘대원신통’세력을 견제할 수 있게 될 것이었다.

한 아이가 정국의 핵이 될 줄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었다. 당장 총관 무력이 진평왕과 손을 잡게 되면, 아양공주의 입김이 세어질 것이고, 만호부인과 숙흘종도 딸과 사위의 편에 설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유신이 태어났다는 소문이 나돌자 사도부인이 주축인 ‘대원신통’에 줄서 있던 왕녀들이 만호부인과 아양공주의 눈치를 보면서 사도태후의 세가 급격히 쇠약해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왕이 육부장의 내외와 왕가의 친지들을 초청한 승전축하연회에서 건배에 앞서 엉뚱한 명을 내렸다.

“만노군 태수 서현을 곧 왕경으로 불러들여 중히 쓰려고 하오. 모두 그리 아시오. 무력 총관은 짐이 상을 내리려고 해도 사양하니 축하주나 한 잔 받으오.”

다른 때 같았으면 사도태후의 승낙이 있어야 하던 일을 왕이 뱉어버렸지만 아무도 토를 달 수 없었다. 내심 가장 기뻤던 이는 유신의 외할머니인 만호부인이었다. 아니 그래도 외손자가 보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는데 왕이 명을 내리자 눈물마저 나왔다.

또한 자신의 아들인 왕이 당당히 명을 내리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고 고맙기도 했다. 하기 사 신라의 군권을 가진 무력이 사돈인데 두려울 게 없을 것이었다. 이도 다 ‘만명’의 덕이라 생각되었다(계속).

 

 

 

안병호 작가 renews@renews.co.kr

<저작권자 © 한국부동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3
default_setImage2

최신기사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