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연재소설 김유신-4

기사승인 2022.01.21  15:22:00

공유
default_news_ad1

5

   
(김유신 장군 동상/ 사진: 네이버)

‘만명’을 궁인들이 별채에 딸린 광에 가두고 자물쇠를 채우고 돌아서는데 갑자기 하늘이 컴컴해 지더니 천둥 번개가 내리치고 장대비가 따라 퍼부었다.

갇힌 몸이 된 ‘만명’은 둘 사이가 태후와 어미에게 들킨 이상 서현이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어떻게 하든 빠져나가 둘 사이가 발각 난 것을 알리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러나 문은 잠겨있고, 궁인들이 지켜서 있기까지 한 형편이었다. 하늘은 더 무심하여 천둥과 벼락은 심해지고 있었다. 그러고 있는데 번쩍하는 섬광이 채운 자물쇠에 내리쳤다.

“번쩍 쾅!”

아니 이게 무슨 변고 인고, 섬광이 번쩍하더니 내리친 번개에 자물쇠는 물론이고 문짝마저 떨어져 나가버렸다.

“으아 악!”

별채를 지키던 궁인들이 놀라 기겁을 하며 달아나기 바빴다. ‘만명’은 이런저런 생각을 할 여지가 없었다. 우선 이곳을 벗어나 서현을 만나야 한다는 일념 뿐 이었다. 천둥 번개가 더 요란해지고 빗줄기도 더 세어지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서 눈을 감고 달려 나갔다.

만호부인은 궁인이 덜덜 떨면서 말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고 답답해 물었다.

“왜 그러고 서 있느냐?”

“벼락이, 벼락이 쳤습니다.”

“그래 천둥 벼락이 지금도 치고 있지 않느냐.”

“그게 아니옵고. 벼락이 자물쇠를 쳤나이다.”

“무어라?”

“만영 아씨기 갇힌 문에 벼락이 쳤나이다.”

부인은 더듬거리는 궁인의 말을 이으니 사태가 짐작되었다.

“만명은 안에 있느냐?”

“어디론가 달려 갔사옵나이다.”

“어디 다친 데는 없더냐?”

“그러지는 아니한 것 같사옵니다.”

“같다는 게 무슨 말이냐. 살펴야 할 것이 아닌가.”

벼락이 내린 곳이 지척이라 어디 다치지는 안했는지 걱정이 되었지만 내색치 아니하였다.

아무래도 서현을 만나러 간 것이 분명했다. 사람을 보내 알아보려 해도 서현의 어미 아양공주는 자신 보다 높은 신분이어서 말도 붙이기 어려운 처지였다. 만영의 아비인 숙흘종이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

“부인 고정하시오.”

“벼락이 쳤소이다.”

“… .”

숙흘종도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서 있기만 하였다.

“거택으로 갔다면 데려오기가 어려울 것 같소.”

“서현이 만노군 태수로 봉해졌다는 것도 알겠군요.”

“우릴 원망할 것이오.”

“어찌 태후의 의도를 거슬릴 수도 없었지 않았소.”

“아양공주도 만만하지 않지 않소. 게다가 ‘만명’까지 그 집 며느리가 되면… .”

그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비를 맞으며 나간 ‘만명’이 갈아입을 옷이라도 있을지 염려되었다.

“비를 맞으며 나갔다니 갈아입을 옷이라도 보내주어야 할 것 같소이다.”

“이왕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시어머니가 될 아양공주의 심사를 건드리지 맙시다.”

“서현을 책봉한 것은 너무 서둔 것 같소이다.‘

“언제 임지로 간다고 하였소,”

“내일이라 알고 있소이다.”

“어허, 그러면 서둘러야 할 것이오.”

만호부인은 서둘러 옷가지를 챙겨 거택으로 보내라 명했다.

6

‘서현’이 ‘만명’을 만나러 나서려는데 궐에서 집사가 왕명을 전하러 왔다고 했다.

“무슨 일이오?”

“서현공을 만노군(萬弩郡) 태수로 봉한다는 교지요.”

그곳은 백제 땅이었는데 진흥왕이 가야를 복속시키면서 왕족과 장수들에게 백제와 고구려와의 변방을 진군하여 영토를 넓혀나가는 과정에서 얻은 땅이었다. 선봉에 선 가야 왕족과 장수들의 공로가 지대했었다. 진흥왕은 한강을 거쳐 서해로 나가는 교두보를 완전히 확보하는 한편, 고구려가 태백준령을 방비하지 못하는 약점을 파고들어 동해변을 차지하여 신라건국이래 최대의 영토를 확보하게 되었다. 변방인 만노군 태수는 방비와 통치를 겸해야 하는 직이었다.

“언제 부임해야 하오.”

“내일 당장 떠나라는 태후전의 명이오.”

“내일 말이오?”

“그렇소. 내일!”

왕명을 내세웠지만 집사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태후가 내린 명이라 흘러나왔다. 그렇다면 ‘만명’과의 만남이 들킨 게 분명했다. 내일 자신이 만노군으로 간다는 것을 빨리 전해야 될 일이어서 만영과 만나기로 한 황룡사로 급히 말을 몰았다.

눈을 감은 채 비를 맞으며 달려온 만명을 안아 웃옷을 걸쳐 주곤, 말을 달려 집에 도착한 서현은 유모를 찾았다.

“유모, 우선 따뜻하게 해 주오.”

집안에 소란이 일자, 안채에 있는 ‘서현’의 모(母)인 아양공주가 모를 리가 없었다. 아니 그래도 아들과 ‘만명’이 만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리 염려할 일이 아니라 여기고 있었다.

‘내가 누구냐. 그래도 명색이 성골의 아양공주다. 품이 낮은 것들이 패를 지어 왕실을 농락하며 세를 과시하고 있지만 어림없는 일이다.’ 공주의 신분으로 가야 왕족인 서현의 아비와 맺었지만 자신의 세를 확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런 차에 ‘만명’을 며느리로 맞는다면 손해 볼 일이 아니었다. 유모를 불러 ‘만명’이 몸을 추스르면 안채로 들이라 일렀다.

“총관께서 군영에 가 계시어 집안일은 내가 결정해야 할 것 같다.”

‘만명’은 인자하게 대하는 아양공주 앞에 풀썩 엎디면서 아뢰었다.

“어머님! 서현랑이 내일 만노군으로 가신다 하옵니다. 소녀도 따라가게 하여 주옵소서.”

“만호부인이 날 또 원망하겠군.”

“어머님, 저를 살려주옵소서.”

“그래 서현이가 그리 좋던가?”

“… .”

“그래도 명색이 내가 아양공주다. 만호부인은 내 아래이니 그리 염려하지 말라. 만노군에도 저자거리가 있을 지언 정 간단히 챙겨 가도록 하여라.”

“어머님, 어머님, 고맙습니다. 흑 흑.”

아양공주의 허락이 떨어지자 ‘만명’은 어린아이처럼 목 놓아 울었다.

“그 기세가 등등하다고 들었는데 울긴, 그만 그쳐라. 그리 가까운 길이 아니니 내 마차를 내어주마.”

그러고 있는데 궁에서 사람이 왔다고 했다.

“만호부인이 ‘만명’아씨의 옷가지를 보냈다 하옵니다.”

“들이지 말고 전갈만 받아라!”

만호부인이 보낸 궁인은 만명을 보지도 못하고 가져온 옷가지가 담긴 상자들을 내려놓고 갔다(계속).

 

 

 

안병호 작가 renews@renews.co.kr

<저작권자 © 한국부동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3
default_setImage2

최신기사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