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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네 구절의 게송(偈頌)

기사승인 2021.12.29  08:5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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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호 작가: 동학사 가는 길, 천년의 불꽃, 오타 줄리아, 아름다운 사람 루이델랑드, 어링볼, 철의 왕국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청량산의 용, 즉 철광은 표토를 걷어내면 쉽게 캘 수 있었다. 신라의 광처럼 사철이 아니고 괴철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단단한 돌멩이가 아니어서 쉽게 뭉개져 채광하기 어렵지 않았다. 구태여 갱도를 만들어 깊이 파고 들어갈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알을 만드는, 용융하는 과정은 없습니까?”

무슨 말인가 하면, 철광은 일단 용융, 즉 녹여 성분을 정제하는 과정을 거친다. 산화철의 상태를 정제시키면 맑은 푸른빛을 띄우기도 한다. 이를 예전부터 알(卵)이라 했다. 이 알을 고온이 달할 수 있는 환원로에 탑상하여 무쇠로 환원시킨다. 그런데 이곳의 공정은 그러하지 않아 선인에게 물었던 것이다.

“여기 용은 순도가 높아 제석천의 공인이 만든 소상에서 바로 용출이 가능하다오.”

그렇다면 ‘이곳의 용의 순도가 불순물을 제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돌로 다듬어진 술병과 같은 로, 옆구리에 풀무에서 공급되는 공기가 주입되고, 용출 시점이 되면 아래에 구멍을 뚫으면 쇳물이 흘러나와 받아내는 구조로 되어 있어 참으로 신기했다.

“어떻게 이러한 로가 만들어졌습니까?”

“제석천(수미산 꼭대기에 있는 도리천의 임금)이 공인을 데리고 와서 조각해 만든 것이라오.”

제석천의 공인이 만들었다는 소상은 돌을 다듬어 만든, 참으로 신기한 로였다. 아랫단은 사각형 모양으로 상하 2단으로 직육면체 석재가 12개였다. 하단은 이보다 약간 큰 직육면체 석재 20개로 이루어져 있고, 가운데 부분은 총 27단으로 원통 모양을 하고 있었다.

중앙의 구멍은 제13~15단에 걸쳐 있고, 구멍 아랫변의 돌은 커다란 평판석이며, 13단 이상은 내부가 비어 있었다. 머리 부분은 상하 2단의 정(井)자형 구조로, 석재를 4개씩 물렸다. 외벽과 정자형 두부는 잘 다듬어져 있으나 내벽은 다듬어지지 않고 돌기가 나 있었다.

“스승님, 철저한 계산을 바탕으로 돌 한 조각 한 조각의 크기가 정해져 전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주비산경(周髀算經)을 알아야 계산할 수 있다는 말이로군.”

“그렇다 할지라도 용출의 온도를 최대한 올릴 수 있는 각을 어떻게 알아내었을까요?”

“그러게 말일세.”

“우선 있는 그대로 최대한 사실적으로 도면을 그려보게.”

안쪽에 흙을 발라 말린 후에 연료를 채우고 철광석을 깔고 석회를 깔아 시루떡처럼 한 뒤에 옆에 난 구멍에 풀무로 연결된 토관을 끼우고 매운 후 불을 붙여 바람을 불어 넣으니, 불꽃이 일었다.

자장 일행은 로의 도면을 그리면서 선인의 설명을 들었다. 무엇보다 용틀임이 일정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용출에 실패할 염려가 적었다. 감격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다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선인에게 묻고, 소상의 구조를 충분히 익혔다.

그렇게 애를 쓰는 자장일행에게 문수보살의 현신이 나타나 말하기를,

“귀국의 국왕은 인도의 찰리종왕과 같이, 이미 인연이 있어 불기를 받았으므로 동이 공공족과 다르다오. 허나 산천이 험해 사람의 성질도 거칠고, 사납고 여러 간사한 것을 믿어 때때로 하늘에서 벌을 내리기도 하지만 다문비구(多聞比丘)가 나라 안에 있으므로, 군신이 편안하고 만백성이 화평한 것이오.”

또 문수보살의 현신이 감응하여 비결을 주며 또 말하기를,

“귀국의 황룡사는 가섭불이 강연한 땅이므로 연좌석이 아직도 있소. 그러므로 천축의 무우왕이 황철 약간을 모아 바다에 띄웠는데, 1천 3백여 년이나 지난 후에 귀국에 이르러 삼존불상이 이루어져 그 절에 모셔졌던 것이니, 대개 위덕의 인연이 그렇게 시킨 것이라오.”

말문이 막혔다. 도대체 이 선인은 신라의 사정과 가섭불의 연좌석은 어떻게 알고 있으며, 삼존불이 주조된 사연을 어떻게 이리도 잘 알고 있을까? 자장일행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소상 앞에서 열심히 기도하자 ‘그 이치를 알고자’ 꿈에 노승으로부터 네 구절의 게송을 받는다. 꿈을 깬 뒤 그 게송을 기억할 수는 있었지만 모두 범어였으므로 그 의미를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실로 꿈속에서 게송을 받은 것이 아니라 노승의 가르침을 이해할 수 없어 정신이 몽롱했던 것이다.

이튿날 아침 홀연히 한 스님이 붉은 비단에 금빛 점이 있는 가사 한 벌과 부처의 바리때 하나와 부처의 머리뼈 한 조각을 가지고 법사 옆으로 오더니 물었다.

“어찌 그리 수심에 잠겨 있소?”

법사가 대답하였다.

“어떨 결에 네 구절의 게송(偈頌)을 받았는데, 범어여서 그 뜻을 알지 못해 그럽니다.”

그러자 승려가 번역하여 일러주었다.

“가라파좌낭(呵囉婆佐曩)이란 일체의 법을 깨달았다는 말이고, 달예치거야(達㘑哆佉嘢)란 본래의 성품은 가진 것이 없다는 말이오. 낭가사가낭(曩伽呬伽曩)이란 이와 같이 법성을 알았다는 말이고, 달예노사나(達㘑盧舍那)란 노사나불(盧舍那佛)을 곧 본다는 말이오. 비록 만 가지 가르침을 배운다 해도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소.”

이어서 승려는 더 자세한 뜻을 풀어주었다. 그 설명에 따르면,

‘일체의 법을 깨달았다’는 말은 ‘본래의 법성(자태)이 무엇인지 알았다’는 것이고.

‘본성은 가진 것이 없다’는 말은 ‘본래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와 같이 법성을 알았다’는 말은 ‘그 본성으로 돌아가게 하는 법을 알았다’는 것이고,

‘노사나불을 곧 본다’는 말은 ‘그러한 법을 알면 본성대로 되돌릴 수 있다’는 뜻이라는 것이었다. 네 게송은 철광석이 무쇠가 되는 원리를 설명하고 있었다. 게송의 뜻이 무엇인지 몰라 근심했는데, 노승이 놀랍게도 산화철이 어떠한 원리로 환원하여 생철로 되는지 가르쳐 준 것이었다.

무쇠를 용출하는 데 소나무가 아닌 다른 연료로 하려면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만 했는데, 이 네 게송에 그 해답이 있었다. 산화철에서 본래의 성질을 돌려 생철로 되게 작용하는 요소가 무엇이냐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게송의 핵심은 본래의 성질로 만들기 위한 환원식이었다.

그러나 철광석이 본래의 성질로 변화하기 위하여 작용을 하는 물질이 무엇이냐는 것이 문제였다. 신인은 연기 나는 석탄을 가지고 숯을 만들었는데, 만든 숯은 열량이 많으면서 소나무 숯의 역할을 쉬이 해 내는 것이었다. 자장은 그러한 법을 알게 되자 너무 기뻐서 울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하늘과 부처님에게 감사의 제를 올렸다.

신인은 어려운 법을 잘 습득하는 자장일행이 대견해, 어찌하든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싶어 했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것이 부처님의 은덕인 것을 잊지 말라 했다. “이것은 본래 석가세존이 쓰시던 도구요. 그대가 잘 보관하도록 하시오.” 말을 마치자 사라졌다.

자장 일행 중 용출 박사도 있었는데, 그도 석탄을 가지고 용출하는 시도를 해보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다. 연기 나는 석탄은 불도 잘 피어나지 않아서 쓸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연기가 나지 않고 열량이 센 무연탄으로 시도했었지만 번번이 실패했었다.

“스승님, 유연탄에 답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린 그동안 열만 강하면, 녹이기만 잘하면 용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고에 갇혀 있었던 게야.”

“원래의 철이 가지고 있던 본성을 빼앗겨 용(산화철)이 되어버린 것을 되돌리면, 본래의 모습(철)으로 돌릴 수 있다는 원리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무연탄은 그러한 작용을 할 수 없지만, 유연탄은 오히려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함이다!”

“스승님, 그렇다면 연기가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는다는 것입니까?”

“그렇다. 참으로 소중한 법을 배웠다.”

자장은 그러한 법을 알게 되자 너무 기뻐서 울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하늘과 부처님에게 감사의 제를 올렸던 것이다. 신인은 어려운 법을 잘 습득하는 자장 일행이 대견해서, 어찌하든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싶어 했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것이 부처님의 은덕인 것을 잊지 말라 했다.

용이 나타나 제를 청하여서 칠일 동안 공양을 올렸다. 그러자 용이 법사에게 말하였다.

“지난번 게송을 전한 늙은 승려가 바로 진짜 문수보살입니다.”(계속).

 

안병호 작가 renews@renews.co.kr

<저작권자 © 한국부동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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