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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황룡사 장육(皇龍寺 丈六)

기사승인 2021.11.26  11:2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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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호 작가: 동학사 가는 길, 천년의 불꽃, 오타 줄리아, 아름다운 사람 루이델랑드, 어링볼, 철의 왕국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신궁을 지으려다 황룡이 출현하여 멈춘 지 17년 만인 기축년(己丑年, 서기569)에서야 주위 담을 쌓고 절 모양을 갖추었다. 왕도 내외의 일들이 혼란스러워 황룡사를 잘 챙기지 못하다 세월이 그리 흘렀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하곡현에서 이상한 첩문을 아뢰어 왔사옵니다.”

“하곡현이라면 바닷가가 아닌가.”

“그러하옵나이다.”

“그래 무슨 일인고.”

“서천축(西天竺)의 아육왕(阿育王)이 보낸 첩문이옵나이다.”

“아니, 그리 먼 곳에서 어떻게?”

“배가 한척 닿았는데, 첩문과 함께 황철(黃鐵,구리) 5만7천근과 황금 3만 푼이 실려 있었다 하옵나이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군.”

“뿐만 아니라 삼존불의 석상이 있었다 하옵나이다.”

“삼존불이라 함은 본존과 두 협시불을 말함인가?”

“그러하옵나이다.”

“그래 황철과 금을 실어 보낸 연유와 삼존불상과 무슨 연유가 있는고?”

“그 석상과 같이 본존상은 장육존상으로, 협시불은 그에 상응하는 크기로 주조하여 달라는 청이었사옵나이다.”

“배에 실린 황철과 금으로 만들기를 바란다는 것이군.”

“그러하옵나이다.”

“어찌 천년이 넘는 인연을 찾아 왔단 말인가!”

“첩문에 ‘석가삼존상(釋迦三尊像)을 만들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하여 배에 실어 보내오니, 부디 인연 있는 나라에 가서 장륙존(丈六尊)의 모습을 이루기를 바랍니다.’라고 하였사옵나이다.”

“우리가 그러한 큰 상을 만들 수 있을까?”

“문잉림(文仍林)에서 그것을 주조하오면 가할 줄 아옵니다.”

“우선 삼존석상을 모실 작은 절을 지어 ‘동축사’라 하라.”

첩문을 보니 아육왕이 자국에서 장육존상을 만들려는 꿈을 꾸고 여러 번 시도하였으나 이루지 못하자, 인연 있는 곳에서 만들어지기 기원하였다.

그 금과 황철을 서울로 수송하여 대건(大建) 6년 갑오(甲午, 574)에 장육존상을 주조했는데, 단번에 이루어졌다. 그 무게는 3만7천7근으로 황금 1만1백98푼이 들었으며, 두 보살에는 철 1만2천근과 황금 1만1백36푼이 들었다.

“부처님 진신을 이렇게 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냐.”

“참으로 광영이옵나이다.”

“그래 어디에다 모시면 좋을런가?”

“흥륜사에 모시어야 한다는 이도 있고, 황룡사에 모시자는 이도 있사옵나이다.”

“경륜으로 보아서야 마땅히 흥륜사이지만 … .”

왕이 말을 맺지 못하자 그 의중을 알아차린 한 자가 나서서 아뢰었다.

“장차 황룡이 날아오르는 곳에 존상하는 것이 마땅하리라 보옵나이다.”

“그래, 빈터가 많으니 모실 전각 짓기도 쉬울 것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주조가 단박에 이루어지자 서둘러 전각을 세워야 했다. 전각도 전각이지만 삼존불이 입상이다 보니 어떻게 세울 것인가가 문제였다.

“어떻게 세울 것인가?”

왕이 묻자 금방 답하는 자가 없었다. 한 자가 나서서 말했다.

“석조대좌를 만들어 존상하여야 할 줄 아옵나이다.”

“그 삼존상을 세워 모시는 일도 주조하는 만큼 어려운 일이겠군.”

“황공하옵나이다.”

“이제 석가세존의 진신(眞身)에 공양할 수 있게 되었군.”

석조대좌가 만들어지고 삼존불을 존상하니 그야말로 그 금빛이 온 세상을 밝히는 것 같았다. 왕은 석가삼존상을 우러러 보며, 자신이 이러한 훌륭한 일을 맞이하고, 이루어 놓았다는 것이 한없이 자랑스러웠다. 그러했다, 사리처럼 밀려온 부처님의 설법이 글로, 말로만 전해졌는데 비로소 진상으로 설파되게 하였으니 이는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다.

장육존상과 두 협시불이 대좌에 끼워져 세워지면서 전각도 완성되었다. 이는 대향화국(大香華國)에서 부처님이 세상을 떠난 뒤 1백 년 만에 태어난 아육왕이 부처님의 진신에 공양하지 못한 한을 풀기위해 존상을 주조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배를 띄워 보낸 후에 비로소 신라 땅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천년도 전에 아육왕이 바랐던 일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이일은 바람을 타고 구름에 실려 바다를 건너 온 사방으로 부처님의 진상을 보고자 염원했던 선인들에게 알려졌다(계속).

 

 

안병호 작가 renews@renews.co.kr

<저작권자 © 한국부동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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