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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사랑의 자유

기사승인 2021.04.17  11:5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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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호 작가: 동학사 가는 길, 천년의 불꽃, 오타 줄리아, 아름다운 사람 루이델랑드, 어링볼, 철의 왕국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근자에 영국왕자가 ‘왕실의 일원으로 누릴 수 있는 모든 특권을 포기하고 자유로운 길을 선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문제는 왕실의 법을 따르자면 현재 살고 있는 부인과의 혼인을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처음부터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대를 사랑했던 것이다. 이러한 일탈(逸脫)이 나열하는 스토리들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고 아주 오랜 옛날부터 있었다.

인류의 역사가 사랑사건에서 시작된 것은 자명하다. 기록에 의해 확인할 수 있는 여러 사건들 또한 그러하다. 우리들 역사에서도 ‘환웅과 웅녀’ ‘해모수와 류화’ 등 역사의 줄거리자체가 거의 러브스토리다. 이러한 과정에서 역사가 이어져 내려왔다. 그러한 것을 살펴보면 모두 자유로운 선택에서 이뤄졌다. 강제하지 않았지만 역사의 씨앗이 되었음이다.

<신라 제25대 사륜왕(舍輪王)은 시호가 진지대왕(眞智大王)이고, 성은 김 씨다. 서기 576년에 왕위에 올라 나라를 4년 동안 다스렸는데, 정치가 어지럽고 음란해서 나라 사람들이 그를 폐위시켰다.>

기록은 그렇게 되어있는데 자세히 보면 재미있는 이면(裏面)이 보인다. 신라시대에 왕을 탄핵한 사실이 있다. 분명한 기록과 재위기간이 정사에 기록되어 있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다. 왕이 책잡힌 사건은 이러했다.

재위 중 사량부(沙梁部)의 도화랑(桃花娘)이라는 여인이 ‘그야말로 복숭아꽃 같다’는 소문을 듣고는 비서를 시켜 궁으로 불러들였다. 첫눈에 반해 다짜고짜 ‘한번 안아 보았으면 한다’고 하니 여인이 정색을 하며 ‘지아비가 있는 몸이라 불가하다’고 했다. 왕이 이성을 잃고, ‘죽여 버린다’고 해도 꿈쩍하지 않았다.

왕은 어찌할 수 없어 체면이라도 살리려고 ‘남편이 없다면 가하겠느냐’고 던지니, 여인이 ‘그러하다면 가할 것이라고 하자, 왕이 약조를 하자고 했다. 그런데, 이일로 말미암아 왕이 탄핵을 당하고 말았다.

기록은 ‘왕이 탄핵을 당하고 죽었다’고 하고 있으나 자세히 보면 그러하지 아니하다. 실은 ‘여인의 지아비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 왕은 여인과의 약조를 상기하고 왕의 자리에서 물러날 결심을 한 것이었다.

당시 골품을 벗어난 여인과 혼인을 할 수도 없고 둘째 부인으로 맞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낸 아이디어가 우선 왕의 자리에서 물러나고, 그 다음 자신이 죽는 것이었다.

소문을 내서 탄핵을 당하고 나서, 비서를 시켜 자신의 죽음을 알리게 하고 장사도 거창하게 치렀다. 결국 죽은 자가 되어 골품이고 뭐고 제재 받을 일이 없어 진 것이었다.

여인이 상을 치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찾아가서 ‘전에 한 약조가 아직 유효 하느냐?’고 물으니, 여인은 ‘부모님의 허락이 있으면 가하다’고 했다. 여인의 부모는 ‘왕이 죽기까지 하면서 딸을 찾아온 것도 그렇고, 상을 치를 때까지 기다려 준 것도 그러하니 어쩌겠느냐?’고 한다.

왕이 그 집에 7일 동안 머무는 동안 오색구름이 집을 감싸고, 방안에는 향기가 그득했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여인은 태기가 있어 달이차자 아들을 낳았다. 아이 이름을 비형(鼻荊)이라고 했다.

제26대 진평대왕(眞平大王)은 이 이상한 소문을 듣고 그 아이를 궁중으로 데려다 길렀다. 15세가 되자 벼슬을 줘 궁의 일을 맡기니 무슨 일이든 지혜롭게 처리했다. 그뿐만 아니라 재주꾼들의 우두머리가 되어 어려운 공사나 일들을 처리하곤 했다.

진평대왕은 비형의 재주가 뛰어나 재주꾼들 중에 부리고 싶은 자가 있으면 수하로 삼아도 좋다고 하자 길달(吉達)이라는 자를 데리고 왔다. 길달은 재주가 좋았으나 왕을 해하려 하다 비형에게 발각되어 죽임을 당했다. 온 나라사람들이 비형의 곧음을 칭송했고, 왕도 ‘비형이 자신을 구했다’면서 선왕의 사랑을 칭송했다고 한다.

역사 속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진정한 사랑의 자유’와 ‘곧음’에 대해서 짚어봤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로부터 멀리 달아나 있는 듯해서다.

편집팀 정리 renews@renews.co.kr

<저작권자 © 한국부동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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